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막히는 자리는 대개 같습니다. 얼마를 부를지 정하는 순간입니다.
낮게 부르면 몇 주를 밑지고 일하게 되고 높게 부르면 답장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지난번에 받은 금액을 그대로 다시 부르거나 상대가 예산을 먼저 말해 주기를 기다립니다.
그 자리에서 쓸 계산 절차가 있습니다. 목표 월수입에서 시간당 바닥값을 역산하고, 그 값을 결과물 단가로 옮기고, 실제 거래되는 단가와 대조하는 순서입니다. 근거로 쓴 숫자는 플로우웍스 정찰제 단가표와 완료된 업무 기록에서 뽑았습니다.
단가가 안 정해지는 건 기준을 안 골랐기 때문입니다
단가를 정하는 기준은 크게 둘입니다. 내가 쓴 작업 시간, 그리고 넘긴 결과물입니다. 둘을 섞어 쓰면 견적을 낼 때마다 근거가 흔들립니다.
작업 시간 기준
내가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
결과물 기준
이 물건이 시장에서 얼마인가
실무에서 쓸 만한 조합은 정해져 있습니다. 작업 시간으로 바닥값을 구하고 결과물 단위로 값을 붙입니다. 부르는 값은 결과물 단가 하나지만 그 값이 바닥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지는 시간 기준으로 확인합니다. 상대에게는 결과물 단가만 보이고 계산 과정은 내 쪽에만 남습니다.
목표 월수입에서 시간당 바닥값 역산하기
순서는 네 단계입니다. 한 달에 벌어야 할 금액을 정하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세고, 그중 실제로 돈을 청구할 수 있는 비율을 곱한 다음, 나눕니다.
필요한 월 매출을 정합니다
손에 쥐고 싶은 금액이 아니라 통장에 찍혀야 할 금액입니다. 원천징수와 이듬해 종합소득세 정산, 장비와 소프트웨어 구독료, 폰트 라이선스, 쉬는 달까지 얹어서 잡습니다.
한 달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셉니다
주 5일 하루 8시간이면 한 달 160시간입니다. 주말 작업을 상수로 넣으면 계속 그렇게 일해야 계산이 맞으니 빼고 셉니다.
가동률을 곱합니다
일하는 시간이 전부 청구 가능한 시간은 아닙니다. 문의 응대, 견적 작성, 브리프 정리, 자료 정리, 납품 후 수정, 세금계산서와 입금 확인, 포트폴리오 정리가 모두 여기서 빠집니다.
나눕니다
필요한 월 매출을 청구 가능 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바닥값이 나옵니다. 그 아래로는 받으면 안 되는 값입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 대부분 낙관합니다. 하루 8시간을 앉아 있었으니 8시간을 청구할 수 있다고 잡으면 바닥값이 실제보다 훨씬 낮게 나오고 그 값으로 계약한 달은 결국 적자가 됩니다.
납품이 끝났다고 그 일이 끝나지도 않습니다. 플로우웍스에서 완료된 업무 11,371건 가운데 2,095건(18.4%)은 납품 뒤에 수정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수정 요청이 있었던 업무의 평균 요청 횟수는 1.88회였고 한 건에 28회까지 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 견적에는 들어 있지 않았던 시간입니다.
시간당 바닥값 역산표
필요한 월 매출 400만원 · 월 160시간(주 5일 × 하루 8시간) 기준. 가동률만 바꿔 본 세 경우입니다.
문의 응대와 영업에 시간이 많이 나가는 경우
청구 가능64시간
시간당62,500원
일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때
청구 가능88시간
시간당45,500원
장기 계약이 있어 영업 시간이 거의 없을 때
청구 가능112시간
시간당35,700원
가동률을 40%에서 70%로 잡으면 같은 목표 수입에도 바닥값이 26,800원 낮아집니다. 자기 가동률을 모르면 바닥값도 모르는 상태라 두어 달은 작업 시간을 실제로 기록해 보십시오. 백원 단위에서 반올림했습니다.
숫자 세 개는 예시일 뿐이니 목표 금액과 작업 시간은 본인 것으로 바꿔 다시 계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닥값을 알고 견적을 낸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깎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시간당 바닥값을 결과물 단가로 옮기는 법
고객은 시간을 사지 않습니다. 상세페이지 한 건, 로고 하나, 카드뉴스 여덟 장을 삽니다. 시간당 값을 그대로 부르면 대화가 길어집니다. 업무 유형마다 결과물 단가를 미리 만들어 둡니다.
유형 하나를 값으로 바꾸는 절차
지난 작업 5건의 실제 소요 시간을 적습니다
브리프를 읽은 시간, 자료를 받고 정리한 시간, 시안 작업 시간, 수정 시간, 파일 정리와 전달까지 모두 넣습니다. 기억으로 적으면 늘 짧게 적힙니다.
평균이 아니라 오래 걸린 쪽에 맞춥니다
3시간·3시간 30분·4시간·4시간 30분·6시간이 나왔다면 평균 4시간 12분이 아니라 5시간으로 잡습니다. 평균에 맞추면 절반은 밑지기 때문입니다.
시간당 바닥값을 곱하고 부르기 좋은 단위로 올립니다
5시간 × 45,500원 = 227,500원. 부를 때는 23만원으로 올려서 부릅니다. 만원 단위로 떨어지는 값이 협상에서도 다루기 쉽습니다.
그 값이 무엇까지 포함인지 한 줄로 적습니다
"세로 10,000px 이내 상세페이지 1건, 1차 시안 후 수정 2회 포함, 3회부터 회당 3만원" 처럼 적습니다. 이 한 줄이 없으면 같은 금액에 일이 계속 붙습니다.
여기서 걸리는 건 단위입니다. “상세페이지 1건”은 단위가 아닙니다. 5,000px짜리와 40,000px짜리가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입니다. 분량을 숫자로 적어 두면 견적을 다시 낼 일도 줄고 범위가 늘었을 때 값을 올릴 근거도 생깁니다.
시장 기준선 — 유형별로 얼마에 거래되고 있나
상세페이지는 87,500원에서 625,000원, 광고 소재는 2,500원에서 62,500원 사이에서 거래됩니다. 판매자마다 값을 따로 붙이는 마켓플레이스와 달리 플로우웍스는 업무 유형별로 고정 단가를 쓰기 때문에 단가표를 그대로 공개할 수 있습니다. 현재 45개 유형에 옵션별 단가가 원화로 붙어 있습니다(부가세 별도). 자기 계산이 끝났으면 이 값과 대조해 봅니다.
아래는 고객사가 내는 금액이고 직접 계약할 때 부르는 값과 같은 축에서 비교하면 안 됩니다. 직접 계약이라면 일감을 찾고 견적을 쓰고 세금계산서를 끊고 입금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시간이 값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 시간을 안 쓰면 가동률이 올라가고 같은 시간당 바닥값을 건당 더 낮은 값으로도 채울 수 있습니다. 대조할 때는 이 차이를 감안해야 합니다.
업무 유형별 정찰 단가와 실거래 중앙값
2026년 8월 20일 기준 정찰 단가표 · 실거래 중앙값은 완료된 업무 한 건에 결제된 금액입니다. 한 건에 여러 장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건당 값이 옵션 단가보다 높게 나옵니다.
단가가 갈리는 축 · 세로 길이 5,000px에서 60,000px까지 6단계
업무 한 건 실거래 중앙값 250,000원 · 표본 105건
단가가 갈리는 축 · 페이지 한 장 단위. 서브·메인·랜딩 구분과 반응형 여부
단가가 갈리는 축 · 형태(라벨·파우치·단상자) × 그래픽 난이도 3단계
단가가 갈리는 축 · 텍스트형·심볼형·캐릭터형. 시안 추가는 별도 항목
단가가 갈리는 축 · 영상 길이와 기획 포함 여부
업무 한 건 실거래 중앙값 100,000원 · 표본 58건
단가가 갈리는 축 · 원자료가 PPT인지 워드·사진인지
업무 한 건 실거래 중앙값 180,000원 · 표본 40건
단가가 갈리는 축 · 원본을 받는지 만드는지, 인포그래픽·모션이 들어가는지
업무 한 건 실거래 중앙값 45,000원 · 표본 455건
단가가 갈리는 축 · 사이즈만 바꾸는지, 맞춤 일러스트를 그리는지
업무 한 건 실거래 중앙값 35,000원 · 표본 171건
PPT 디자인 줄을 보시면 옵션 단가는 페이지당 2,500원에서 27,500원인데 업무 한 건의 중앙값은 180,000원입니다. 한 건에 여러 페이지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단가를 페이지 단위로 정의해 두면 분량이 늘어도 값이 자동으로 따라 올라가지만 건 단위로만 정의해 두면 페이지가 늘 때마다 협의를 다시 해야 합니다.
표 전체를 놓고 보면 값은 세 축에서 갈립니다.
분량
세로 픽셀, 페이지 수, 섹션 수, 영상 길이처럼 세어서 확인할 수 있는 값
소재를 받는지 만드는지
원본과 카피를 받아 배치하는 일과 이미지·일러스트를 새로 만드는 일
난이도
기본 배치인지, 인포그래픽이나 맞춤 그래픽이 들어가는지
자기 단가표도 이 세 축으로 만들어 두면 견적 대화가 짧아집니다. 상대가 예산을 말하면 그 예산에 맞는 칸을 짚어 줍니다. 원하는 결과물이 위 칸에 있으면 값이 왜 올라가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가에 미리 못 박지 않으면 나중에 깎이는 세 가지
금액을 잘 정해 놓고도 손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는 자리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값은 그대로인데 일이 늘어나는 방식입니다.
수정 횟수와 범위
"수정 몇 회 포함"만 적으면 절반만 정해집니다. 어디까지가 한 번의 수정인지가 남습니다. 문구를 바꾸는 것과 레이아웃을 다시 짜는 것을 같은 한 회로 세면 뒤쪽 요청이 계속 들어옵니다.
플로우웍스는 수정 자체를 별도 항목으로 두고 규모에 따라 2,500원에서 125,000원까지 다섯 구간으로 나눕니다. 문구·색만 바꾸는 요청과 재작업에 가까운 요청이 같은 값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본 파일 넘기기
줄지 말지가 아니라 값에 포함인지 별도인지를 정해 두는 항목입니다. 납품 후에 요청받으면 거절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주기도 아깝습니다.
"작업 원본 파일 포함" 또는 "원본 파일은 별도 협의"를 견적서에 한 줄로 적어 둡니다. 포함으로 정했다면 그만큼을 값에 반영해 두면 됩니다.
2차 활용 범위
어디에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상세페이지로 만든 그래픽이 옥외광고와 패키지로 옮겨 가도 할 말이 없어집니다.
매체, 사용 기간, 수정 권한 세 가지를 적습니다. 범위를 넓히려면 값이 올라간다는 것까지 같은 줄에 두면 나중에 꺼내기 편합니다.
세 가지를 견적서에 적는 데는 몇 분이면 되고 안 적으면 그 몇 분이 나중에 몇 시간이 됩니다. 포트폴리오 사용 가능 여부도 같이 정해 두시면 좋습니다.
비밀유지 약정을 함께 쓰는 경우라면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NDA에 조항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마감이 밀렸을 때의 정산 처리는 마감 지연 시 정산·보상 글에 있습니다.
단가는 언제, 어떻게 올리나
올릴 시점은 신호로 잡습니다. 아래 셋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올릴 때가 된 것입니다.
지목받는 정도도 신호가 됩니다. 플로우웍스에서 완료된 업무 11,371건 가운데 6,519건은 고객사가 디자이너를 직접 지정해 보냈고 2,291건은 고객사가 미리 등록해 둔 디자이너에게 갔습니다. 자동으로 매칭된 요청은 2,561건입니다. 이름을 지목받아 들어오는 일이 늘고 있다면 값을 올려도 그 일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올리는 방법
새 문의부터 새 단가표를 적용합니다
기존 고객 전체에 한꺼번에 통보하면 협상 자리가 여러 개 동시에 열립니다. 새로 들어오는 문의에 먼저 적용하면서 반응을 봅니다.
기존 고객에게는 시점을 미리 알립니다
다음 분기나 다음 달 1일처럼 날짜를 정해 한 달 전에 알립니다. 진행 중인 건은 기존 단가로 마무리한다고 덧붙이면 대화가 짧아집니다.
사유는 비용이 아니라 범위로 말합니다
"물가가 올라서"보다 "지금은 기획과 카피 정리까지 포함해 드리고 있어서"가 상대 입장에서 판단하기 쉽습니다.
한 번에 크게 올리지 않습니다
10~20% 폭으로 올리고 반응을 보면 한 번에 두 배로 올려 거래가 끊겼을 때보다 회복이 빠릅니다.
올린 뒤 문의가 줄었다면 값이 아니라 근거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값을 부르더라도 무엇이 포함인지 적어 둔 견적서와 금액만 적힌 견적서는 다르게 읽힙니다.
정리
단가 계산에 시간을 덜 쓰고 싶다면
플로우웍스는 업무 유형별 고정 단가로 움직입니다. 요청이 들어오면 값은 이미 정해져 있고 세금계산서 발행과 입금 확인도 플랫폼이 처리합니다. 견적과 정산에 쓰던 시간이 줄면 그만큼 가동률이 올라갑니다. 지금 고객사 2,454곳과 디자이너 1,241명이 이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플로우웍스 디자이너 지원 안내 보기자주 묻는 질문 (FAQ)
낮게 부르는 방법 말고도 선택지가 있습니다. 값은 기준선에 두고 포함 범위를 좁히는 방법입니다. 수정 1회 포함, 시안 1개 제시처럼 정해 두면 값을 지키면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 번 낮게 부른 값은 같은 고객에게 올리기 어렵지만 좁혀 둔 범위는 다음 건부터 넓히면서 값을 올리기 쉽습니다.
결과물 단가표가 있으면 그대로 보여 줍니다. 분량과 난이도에 따라 값이 어떻게 갈리는지 표에 적어 보내고 어느 칸에 해당하는지 물어봅니다. 표가 없으면 금액 하나만 부르게 되고 그 값은 근거가 없어 보여서 깎기도 쉬워집니다.
두 달 정도 시간을 기록해 보면 나옵니다. 하루 일과를 청구 가능한 작업과 그 밖의 일로 나눠 적고 월말에 작업 시간을 총 근무 시간으로 나눕니다. 처음 재 보면 대부분 예상보다 낮게 나옵니다. 문의 응대와 견적 작성, 자료 요청과 회수, 정산 확인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씁니다.
둘을 같은 축에서 비교하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직접 계약 단가에는 일감을 찾고 견적을 쓰고 입금을 확인하는 시간이 들어 있고 플랫폼 단가에는 그 시간이 빠져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건당 금액이 아니라 한 달 전체로 따진 시간당 금액입니다. 두 경로를 섞어 쓰면서 각각의 시간당 금액을 재 보면 자기 비중을 어떻게 둘지 정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