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물량이 몰리는 달이 따로 있나요? 연간 예산을 월별로 어떻게 나눠 잡죠?”
연간 계획을 세우는 자리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대개는 연간 예산을 12로 나눠 매달 같은 금액을 적어 두고 끝냅니다. 그런데 막상 한 해를 돌려 보면 어떤 달은 예산이 남고 어떤 달은 중간에 결재를 다시 올리게 됩니다.
저희에게는 2023년 4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접수된 업무 13,093건의 기록이 달 단위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기록으로 ‘몰리는 달’이 정말 있는지, 있다면 예산을 어떻게 나눠 잡아야 하는지 확인했습니다.
디자인 성수기는 몇 월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달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다만 그 차이가 예산을 다르게 잡을 만큼 크지도 않고 해마다 같은 모양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습니다. 봄(4~5월)과 11월에 접수가 늘고 12월과 2월에 줄었습니다. 가장 많은 달이 가장 적은 달의 1.5배 남짓입니다.
정작 컸던 건 회사 안의 차이였습니다. 꾸준히 발주하는 고객사는 열두 달 중 한 달에 그해 물량의 5분의 1을 몰아 씁니다. 균등하게 나눴다면 그 자리에는 12분의 1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한 달이 몇 월인지는 회사마다 달랐습니다.
반복되는 달은 두 개뿐
3년 내내 같은 방향이었던 달은 10월(지수 87)과 12월(80)입니다. 둘 다 연평균 아래입니다.
바쁜 달이라고 늦어지지 않음
31개 달에서 접수량과 완료까지 걸린 기간의 상관계수는 -0.10이었습니다.
몰리는 달은 회사마다 다름
두 고객사의 최다 발주 달이 같을 확률 8.0%는 무작위일 때의 8.3%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월별 접수 건수만 그냥 세면 성수기를 못 찾습니다
월별 접수 건수를 연도 구분 없이 합쳐서 세면 뒤쪽 달이 무조건 커집니다. 숫자가 커진 건 플랫폼에 고객사가 계속 늘어난 결과입니다. 그 달이 원래 바쁜 달인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2024년 한 해만 놓고 봐도 1월과 12월의 접수 건수가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여기에는 계절 요인과 성장 요인이 섞여 있어 그대로는 예산 근거로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각 달의 건수를 그 달을 한가운데 두는 12개월 평균으로 나눴습니다. 12개월 평균에는 성장분이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나눈 뒤 남는 값이 그 달만의 계절 요인입니다. 2월처럼 근무일이 짧은 달이 불리해지지 않도록 평일 하루당 건수로 바꿔서 계산했습니다. 이렇게 나온 값을 연평균 100 기준으로 옮기면 아래 그래프가 됩니다.
월별 계절 지수 (연평균 = 100)
● 개별 연도
* ‘반복’은 관측된 모든 해에서 연평균의 같은 쪽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10·11·12월은 3년, 1월은 3년, 나머지는 2년치입니다.
막대는 연도별 값을 평균 낸 것이고 옆의 점 하나하나가 개별 연도입니다. 점이 한쪽에 모여 있으면 매년 되풀이되는 계절 요인입니다. 좌우로 흩어져 있으면 그해 사정일 뿐입니다.
매년 같은 방향으로 돌아온 달은 다섯이었습니다
열둘 중 다섯 달은 관측된 모든 해에서 같은 쪽(연평균 위 또는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4월과 5월이 2년 연속 위쪽, 2월이 2년 연속 아래쪽, 그리고 10월과 12월이 3년 연속 아래쪽이었습니다.
나머지 일곱 달은 해마다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11월이 대표적입니다. 2023년 11월은 연평균의 1.42배였는데 2024년 11월은 0.90배로 떨어졌다가 2025년 11월에 다시 1.27배가 됐습니다. ‘연말이 성수기’라는 통념은 3년치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2월은 3년 모두 연평균 아래였습니다.
대부분의 달은 관측이 두 해뿐입니다. 두 해가 같은 방향이었다고 해서 매년 그렇다고 못 박기는 이릅니다. 3년 내내 같은 방향이었던 10월과 12월이 그나마 근거로 삼을 만합니다.
세는 대상을 바꾸면 성수기 순서가 달라집니다
같은 기간을 그달에 발주한 고객사 수로 다시 세면 몇몇 달의 성격이 정반대로 나옵니다. 건수는 한 회사가 한 번에 스무 건을 맡기면 크게 뜁니다. 발주한 회사 수는 그런 대량 발주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4월은 건수로 보면 성수기지만 발주한 회사 수로 보면 오히려 한산합니다. 몇몇 회사가 봄 시즌 물량을 한꺼번에 맡기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10월은 정반대입니다. 평소만큼 여러 회사가 오되 회사당 건수가 적습니다.
물량이 몰린 달이라고 납품이 밀리지는 않았습니다
각 달의 접수량과 접수한 날부터 완료 처리까지 걸린 기간(중앙값)이 함께 움직이는지 확인했더니 두 값의 상관계수는 -0.10이었습니다. 사실상 아무 관계가 없고 방향까지 따지면 바쁜 달이 미세하게 빨랐습니다. 성수기를 피해 일정을 잡으라는 조언의 전제는 ‘바쁜 달에는 오래 걸린다’인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2024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31개 달이 대상입니다.
2024년 11월과 2025년 11월을 견주면 분명해집니다. 두 해 모두 그해 월평균보다 40% 가까이 많은 물량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2024년 11월은 완료까지 걸린 기간이 그해 중앙값보다 19% 길었고 2025년 11월은 17% 짧았습니다. 같은 달에 비슷한 물량이 들어와도 결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고객 평가도 같은 방향입니다. 완료된 업무의 일정 준수 평가는 11월 4.93점, 12월 4.94점으로 연중 가장 높았습니다(5점 만점). 3점 이하를 준 비율은 각각 1.2%와 1.3%였습니다. 접수량이 적었던 2월과 8월이 5.2%와 5.0%로 높았습니다. 접수량과 불만족 비율의 상관계수는 -0.16이었고, 여기서도 바쁜 달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걸린 기간은 업무를 접수한 시각부터 완료 처리된 시각까지입니다. 고객사가 지정한 납기(마감일)와는 다른 값이라 두 숫자를 섞어 쓰면 안 됩니다.
편차는 달력이 아니라 회사 안에 있었습니다
한 해 물량의 21.1%(중앙값)가 최다 한 달에 몰립니다. 최다 달이 연간의 20%를 넘는 고객사가 52.6%였습니다. 균등하게 나눠 쓰는 회사가 드뭅니다. 회사별 월 분포를 본 대상은 최근 12개월 동안 꾸준히 업무를 맡긴 고객사입니다.
그런데 그 최다 달이 달력의 어디에 찍히는지를 세어 봤더니 특정 달로 모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이 겹친 달조차 전체의 13.2%에 그쳤습니다.
고객사별 최다 발주 달이 찍힌 자리 (전체 대비 %)
* 붉은 점선은 열두 달에 무작위로 흩어졌을 때의 기대값 8.3%입니다. 어느 달도 13.2%를 넘지 않았습니다.
무작위로 두 고객사를 뽑았을 때 최다 발주 달이 같을 확률은 8.0%였습니다. 열두 달에 완전히 무작위로 흩어져 있다면 기대값은 8.3%입니다. 회사끼리 성수기가 겹치는 정도가 우연과 구분되지 않습니다. 조건을 넓혀 더 많은 고객사를 넣어도 9.4% 대 8.3%로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회사마다 몰리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회사는 신제품 출시 때 물량이 몰리고 어떤 회사는 채용 시즌이나 정산 마감 때 몰립니다. 업계 평균 캘린더를 그대로 옮겨 적어도 자기 회사가 몰리는 달과는 맞지 않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월 예산 소진액으로 본 계산은 월 30만 원으로 받을 수 있는 디자인 작업량에 정리해 뒀습니다. 이 글은 그 예산을 열두 달에 어떻게 나눌지를 다룹니다.
연간 디자인 예산을 월별로 나눠 잡는 법
플로우웍스는 업무별 정찰제라 업무 종류와 범위를 고르면 드는 금액이 요청 시점에 확정됩니다. 그달에 쓰지 않고 남은 몫은 최대 2개월까지 이월됩니다. 한가한 달에 남은 몫을 몰리는 달로 옮길 수 있어 ‘남는 달’과 ‘모자란 달’을 따로 결재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3년치 접수 기록을 성장분과 분리해 보면 5월과 11월이 연평균 대비 각각 116, 122로 가장 높습니다. 다만 11월은 해마다 0.90배에서 1.42배까지 흔들려서 매년 반복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3년 내내 같은 방향이었던 달은 10월(87)과 12월(80)입니다. 둘 다 연평균 아래입니다.
접수 건수로는 반대였습니다. 12월은 2023·2024·2025년 세 해 모두 연평균 아래였고 지수는 80입니다. 다만 그달에 발주한 고객사 수로 보면 11월은 3년 연속 연평균 위(118)입니다. 여러 회사가 조금씩 맡기는 달입니다.
31개 달을 대상으로 접수량과 완료까지 걸린 기간의 상관계수를 냈더니 -0.10으로 관계가 없었습니다. 물량이 많았던 2024년 11월은 그해 중앙값보다 19% 길었고 비슷하게 물량이 많았던 2025년 11월은 17% 짧았습니다. 달을 옮기는 것보다 마감일을 미리 지정하는 쪽이 확실합니다.
꾸준히 발주하는 고객사의 한 해 물량 중 21.1%(중앙값)가 최다 한 달에 몰립니다. 균등 배분이면 8.3%인 자리입니다. 최다 달이 연간의 20%를 넘는 고객사가 52.6%입니다. 12분할로 잡으면 그 달에 예산이 모자랍니다.
제목으로 유형을 나눠 월별 비중을 봤지만 연도별로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카드뉴스·SNS 콘텐츠만 3년 모두 4월에 그해 최고 비중을 찍었고 제안서·발표자료나 인쇄·패키지는 해마다 가장 많은 달이 다른 달로 옮겨 다녔습니다. 유형별 성수기를 근거로 예산을 나누기에는 쌓인 자료가 적습니다.
지난 12개월치 발주 건수를 월별로 세고 월평균으로 나눠 보면 됩니다. 1.5를 넘는 달이 가장 몰리는 달입니다. 그 달은 자기 회사의 출시·행사·정산 일정에서 나옵니다. 업계 평균과는 상관이 없어 두 회사가 몰리는 달이 우연히 같을 확률은 8.0%에 그쳤습니다.
※ 집계 기준: 2023년 4월~2026년 7월 접수 업무 13,093건(삭제 건 제외). 모든 월 경계는 한국 시각으로 맞췄습니다. 계절 지수는 각 달의 평일 하루당 건수를 그 달 중심 12개월 이동평균으로 나눈 값이며, 연평균을 100으로 환산했습니다. 회사별 분포는 최근 12개월 동안 24건 이상을 6개월 이상에 걸쳐 요청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