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문서에는 다 적혀 있었습니다. 진행 중인 업무, 대행사 연락처, 결제 계정까지요. 그런데 두 달 뒤 지난 시즌 프로모션 배너를 문구만 바꿔 다시 돌리려는데 원본이 없습니다. 퇴사한 담당자에게 연락했더니 개인 노트북에 있었는데 반납하면서 초기화했다더군요.
여기서 회사가 잃은 게 배너 한 장뿐일까요. 그 배너를 만들 때 무엇을 요청했는지, 어떤 폰트를 왜 썼는지, 몇 번을 고쳐서 그 안이 나왔는지가 함께 사라집니다. 새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들 하지만 새로 만들면 톤이 달라집니다.
파일이 사라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회사에 없었습니다
이 상황을 퇴사자의 부주의로 정리하면 다음 담당자가 나갈 때 똑같이 겪습니다. 디자인 외주는 대부분 담당자 개인 채널로 굴러가거든요. 디자이너와 카톡으로 얘기하고, 시안은 담당자 개인 메일로 받고, 최종본은 본인 구글 드라이브에 올려 링크만 팀에 공유하는 식이라 이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면 회사 계정을 한 번도 거치지 않습니다.
담당자가 나가면 계정 접근권도 같이 나갑니다. 파일을 지운 사람은 없습니다. 열 수 있는 사람이 없어졌을 뿐입니다.
디자인 자산은 이 다섯 갈래로 흩어집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자기 자산이 회사 공용 드라이브에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는 개인 채널을 거쳐 생각날 때만 공용 드라이브에 올라갑니다. 어디에 남았는지 경로별로 따져 보면 상태가 금방 드러납니다.
자산이 어디에 남았나
담당자가 없어도 열리는지 · 반년 뒤에 찾아지는지 · 만든 맥락이 함께 남는지
카카오톡·개인 메신저
기한 지나면 다운로드 만료
담당자 개인 메일
메일함째로 함께 퇴사
담당자 개인 클라우드
링크만 공유된 상태
회사 공용 드라이브
올린 것만, 올린 만큼
회사 계정 업무 플랫폼
요청·대화·파일이 한 건에
메신저가 특히 위험하죠. 대화방에 올린 파일은 보관 기한이 지나면 다운로드가 막힙니다.
파일만 남아도 반쪽입니다
원본 파일을 회사 드라이브에 잘 모아 뒀다고 해도 다음 사람이 그걸 이어받으려면 더 필요한 게 있습니다.
어떤 요청으로 시작한 작업인지부터가 그렇습니다. 사이즈, 용도, 금지 사항을 모르면 다음 담당자는 결과물만 보고 역추적해야 합니다.
어떤 유료 폰트와 스톡 이미지를 썼는지, 그 라이선스가 회사 명의인지도 알아야 합니다. 파일이 있다고 해서 그 안의 소스를 계속 쓸 권리까지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누가 만들었고 다시 부를 수 있는지도요. 같은 손으로 후속 작업을 이어가면 톤이 유지됩니다.
마지막으로 몇 번 고쳐서 이게 나왔는지. 반려된 안까지 남아 있으면 다음 사람이 같은 시안을 다시 들고 가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를 점검하는 여섯 가지 질문
지금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항목만 골랐습니다.
디자인 자산 승계 점검표
최근 3개월 디자인 결과물의 원본 파일이 회사 계정에 있는가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도 그 파일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두 명 이상인가
결과물마다 어떤 요청으로 시작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는가
쓰인 유료 폰트와 스톡 이미지의 라이선스가 회사 명의인가
작업한 디자이너나 대행사에 회사가 직접 연락할 수 있는가
파일 보관 기한이 정해져 있고 담당자 말고도 그 기한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오가 두 개 이상 나오면 지금 담당자가 나갈 때 그만큼을 잃습니다.
자산이 회사 계정에 쌓이면 무엇이 달라지나
플로우웍스에서는 업무 요청이 팀 계정 아래에 생깁니다. 요청서, 오간 대화, 시안, 납품 파일, 완료 후 평가가 전부 그 업무에 묶여 남습니다.
지금까지 업무에 붙은 파일은 112,093건, 용량으로는 2,075GB입니다. 파일이 붙어 있는 업무는 9,329건이고요. 받을 원본 형태를 납품 시점이 아니라 요청서 단계에서 지정합니다. 그래서 회사 계정에 어떤 형태가 얼마나 쌓였는지도 그대로 보입니다. PSD 3,108건, AI 2,415건, 피그마 2,201건, PPT 255건 하는 식으로요.
담당자가 바뀌어도 팀 계정은 남습니다. 새 담당자가 로그인하면 지난 업무 목록과 파일이 그대로 보입니다. 인수인계 문서에 링크를 옮겨 적을 필요가 없죠. 가입한 고객사 2,438팀이 이 구조 위에서 누적 11,230건의 업무를 완료했고, 그 결과물은 사람이 아니라 각 팀 계정에 남아 있습니다.
다만 파일 보관 기한은 업무 단위로 관리합니다. 무기한 보관이 아니므로 로고나 키비주얼처럼 오래 쓸 자산은 사내 저장소에도 한 벌 내려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번 주에 손댈 수 있는 것부터
첫째, 최근 6개월 디자인 결과물 목록을 한 장으로 만듭니다. 원본 위치를 적는 칸을 두고 비는 칸이 몇 개인지 셉니다. 이 칸이 곧 지금 회사가 잃을 수 있는 양입니다.
둘째, 개인 채널에 있는 것부터 회사 계정으로 옮깁니다. 앞으로 다시 쓸 순서로 옮기면 됩니다.
셋째, 다음 업무부터는 회사 계정 채널에서 시작합니다. 새로 새는 걸 먼저 막고 이미 쌓인 건 그다음에 정리해도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목록부터 받으세요. 표 한 장이면 됩니다. 최근 결과물이 무엇무엇이고 각각 어디에 있는지 적힌 표요. 파일은 위치를 알면 나중에도 가져올 수 있지만 무엇이 있었는지 모르면 없어진 사실조차 모릅니다. 그다음은 원본 파일, 유료 폰트·스톡 라이선스 구매 내역, 작업한 디자이너 연락처 순입니다.
대화방 파일은 보관 기한이 지나면 다운로드가 막힙니다. 그때는 보낸 사람에게 다시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가 그 파일을 계속 갖고 있다는 보장도 없고요. 메신저로 받았다면 그날 안에 회사 계정 저장소로 옮겨 두세요.
접근권 문제는 해결되지만 검색과 맥락은 남지 않습니다. 폴더 이름 규칙이 없으면 반년 뒤에 찾지 못합니다. 파일 이름만 봐서는 그게 어떤 요청으로 시작해 몇 번 고쳐 나온 결과물인지도 알 수 없고요. 드라이브에 올릴 때 요청 내용과 작업자를 함께 적어 두면 훨씬 낫습니다.
원본은 결과물에 자동으로 딸려 오지 않습니다. 견적 범위에 따로 넣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요청 단계에서 형태까지 지정해 두면 대부분 조율됩니다.



